[이글토마]둥지
원래 블로그에는 잠들 수 있는 밤이었으나, 원 제목으로 갑니다
밤이 두번이나 쓰이니까 마음에 안듬....;;;;
그는 몇 번이고 찾아와 말했다.
잠들 수 없어서 찾아왔노라고
나는 그 웃고는 있지만 잔뜩 지친 듯한 얼굴에, 그리고 매달리는 듯한 모습에 그렇다면 왜 그렇게 어거지를 부리고 다니는지는, 그만 두지 못하는지에 대해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는 그저 쉴 곳을 찾는구나 그런 느낌을 받아 어쩔 수 없이 방문을 열어 그를 안으로 들을 수 밖에 없었다.
잠들 수 없는 밤
그는 몇 번이고 찾아왔다.
-[둥지]-
“여어-! 토마스!!”
아하하핫- 소리내어 웃으며 문 앞에 서서 술 냄새와 피 냄새를 이글의 작태에 토마스는 안경너머 조금쯤? 아니 굉장히 한심하다는 듯이 그를 바라보았고, 꽤나 익숙해 졌다고 생각했음에도 그 시린 청녹색 눈동자에는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그래도 토마스는 한숨을 내쉬고는 감사하게도 그 눈빛을 거두어 내고 그의 앞에서는 어린양이 되는 이글에게 길을 터 주었다.
“들어오세요,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니까요”
뭐 사사로운 이유가 있지만도 이글은 좋게 생각했다.
“토마쓰-!”
그가 문을 닫자마자 달려들어 안긴 이글의 덩치에 “히엑!”하고 꼴사나운 비명을 지른 토마스는 어느새 자신을 안았는지, 이리저리 흔들리는 부유감에 질색팔색하며 그에게 외쳤다.
“내려줘요! 이글형!!”
“싫지롱~”
얄밉게도 끝말을 늘리며 놀리는 듯한 모습은 어느 정로로 취했는지를 감이 안 잡힐 정도였고, 여기저기 풍기는 피냄새가 어디서 또 거하게 싸움을 한게 느껴졌다, “어휴-“하고 다시금 한숨을 내쉬는 중 그가 자신을 내려놓는 것을 느꼈다, 푹식한 느낌이 침대 위였다.
“이글형…..”
“토마스, 내가 술 먹고 와서 싫어?”
“형-……”
앓는 소리가 저절로 나오며 위에서 자신을 짙누르고 있는 이글의 얼굴엔 장난기가 잔뜩 서려있는 체 웃고 있었지만 녹색의 눈이 자신을 빤히 쳐다보며 자신의 대답을 절실하게 바라고 있음을 느꼈다, 한숨 몇 번 쉬었다고 기 죽은 듯한……. 토마스는 고개를 내저어 자신의 생각을 지우고 싶었으나, 목을 움직이진 않고 손을 들어 이글의 목 뒤 쪽으로 손을 올렸다.
이글은 토마스가 자신의 목에 팔을 걸기도 전에, 그가 먼저 손 뻗기 위해 점점 얼굴을 내려 키스하려 했으나, 그러기도 전에 딱-! 하는 맑고 경쾌한 소리와 함께 이글은 침대에 얼굴을 묻을 수 밖에 없었다.
“형, 샤워나 하고 오세요”
이글은 울고 싶었으나 울지 않았다, 울면 더 꼴 사나워 질테니까, 다만 웅얼웅얼 거리면서 불만을 표했으나, 토마스는 들리지 않는다는 핑계로 그 소리를 가뿐히 무시했다, 다만 질끈 묶여 있는 머리끈을 풀러 스륵 흩어지는 은색의 긴 머리카락을 정리하는 듯 부벼주고는 뒷통수에 쪽 소리가 나도록 뽀뽀했다.
“빨리 자자구요, 형”
토마스의 나른한 어조에 이글은 그의 허리에 팔을 감고 움직이지 않았고 토마스는 그가 움직일 때까지 머리카락을 쓸어 줄 생각인지, 손을 멈추지 않았다.
언제나 그랬지만, 이글은 곧장이라도 잠이 쏟아질 것 같아 몇 번이고 두 눈을 깜박였고, 더 잠이 쏟아지기 전에 옅게 피어오르는 침구의 마른향을 맡고 이내 몸을 일으켰다.
그가 움직이면서 따라 움직이는 눈동자를 힐끔 보고 옅게 미소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씻고 올게”
토마스를 따라 웃은 거니까
이글이 씻고 토마스가 어느새 갖다 놓은 것은지 속옷과 티, 바지 중, 속옷과 바지만 꿰차 입고 나왔을 때에 침대엔 토마스가 보이지 않았고, 어디있나 눈동자를 굴리며 머리카락에 묻은 물기를 닦아내던 수건을 구석에다 휙 던졌을 때, 부엌에서 소리가 나는 것을 기민하게 알아차렸다, 하지만 뭐 굳이 부엌까지 따라 들어가지는 않았다.
그저 발 가는데로, 스탠드만 켜 놓은 침대에 걸터 앉아 부엌으로 들어가는 쪽을 빤히 바라보았다.
처량하기도하지,
이글은 피식 웃으며 제 처지를 암담하게 표현했지만, 이제 자신이 멍청한 짓을 벌이는 것에 포기했다, 하지 말아야지 하고 언제나 중얼거리지만 토마스가 자꾸만 받아주니까 계속 어리광을 부리며 매달릴 줄 밖에 몰랐다, 차라리 어영부영이든 차갑게든 거부하는 기색이 있다면 금방이라도 그만 둘 텐데, 토마스는 어리광이나 떼쓰는 것 밖에 할 줄 모르는 자신을 계속 보듬었다, 마치 그는 보듬는 것 밖에는 할 수 없다는 듯이.
“이글형, 앉아서 자요? 자더라도 이거 마시고 자요”
“야, 나도 귀족이라구, 앉아서 자진 않아”
“참 귀족 같은 모습이네요”
“칫!”
어느새 눈을 감고 있었는지 토마스는 조금 걱정어린 목소리로 그를 불렀고, 이글은 투덜거리며 그 걱정을 받아먹었다, 조금 쓰긴해서 혀를 찼지만 그리고 토마스가 건낸 머그컵에는 따뜻해 보이는 우유가 한 컵 가득 들려 있었다, 어린애인줄 아는 건지, 이글은 다시금 투덜거리려고 입을 열었으나 그것보다 빨리 토마스가 말했다.
“술 또 빈속에 마셨을 거 아니에요, 이거 마시고 속이나 좀 덥혀요”
“……..안주도 먹었어”
“형”
무언가 더 말하기전에 덕당히 식혀서 가져온건지, 따뜻하기만 한 우유를 숨도 안쉬고 벌컥벌컥 삼켰고, 이내 “후아-“하고 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컵을 스탠드 옆에 올려 두고 제 앞에 있는 토마스에게 팔을 벌렸다.
“토마스-“
긴 은발을 흐트린체, 토마스를 향해 맨 가슴을 들어낸 이글은 경계심이라고는 전혀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가 남 앞에서 맨 몸을 들어낸 경우는, 그것도 단숨에 심장을 찌를 수 있는 가슴을 들어내는 경우는 여자들과의 잠자리가 아니고서야 잘 없는 일이었다, 그런 그가 토마스를 먼저 덮치지 않고 허락을 구하려는 듯한 행동을 하는 건 이글이 얼마만큼 토마스에게 숙이고 들어가는지에 대해 알게 했고, 토마스도 충분히 숙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토마스는 그에게 안기는 것을 그리고 그를 안아주는 것을 거부 하지 않았고, 그가 침대에 쓰러지고 자신을 품안에 가두려는 듯한 움직임을 막지 않았다.
몸을 잔뜩 굽혀 토마스의 머리카락을 코로 헤집으며 토마스의 체향을 느끼려 했고, 기억하려 했다, 찬 피부와 자신도 썻던 비누 같은 제품의 인공적인 향, 그리고 아까 자신이 안아서 그런지 나는 피 냄새와 술냄새가 조금씩 났다, 자신의 체향이 옴겨 갔다는게 또 좋아 이리저리 부비고는 작게 웅얼거렸다.
“좋다…….”
“형, 피곤하죠? 이제 자요”
“…..네가 조금 더 세게 안아주면”
“안아줄게요, 형이 깰 때까지 옆에도 있어줄게요”
“토마스”
이글은 눈을 감고 그저 머리보다는 몸이 시키는데로 자신의 체취나 토마스의 체취나 모든 것이 섞인 듯한 정수리에 키스를 날리고는 다시금 끌어안아 그를 더욱 가까이 했다, 토마스 역시 그가 원하는 데로 안아주고 옆에 있음을 알려주었다.
잠들 수 있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