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브는 자신의 앞에서 얼굴은 똑같은데 분위기가 너무 달라 비슷하지만 완전 다른 타인으로 보이는 잭의 모습을 전시 물건을 바라 보듯이 빙글빙글 돌며 구경을 했다.
자신이 입고 있는 것과 같은 검은 와이셔츠에, 넥타이는 따로 하지 않고 두 개쯤 푼 단추에 역시 같은 코트며, 부츠를 신고 있는 모습이 약간은 쌀쌀해 보이지만 개조인간의 몸이 그런 것을 느낄지는 잘 모르겠다, 나중에 물어봐야겠다고 기억해 두며 잭이 가진 날카로운 분위기 때문에 초라해 보일 것 같은 모습도 한껏 멋이 살아 있어 보인다, 역시 본판이 잘생기고 멋지기 때문이라고 클리브는 혼자 흡족해 하고 있었다.
“본다고 달라지는 건 없어.”
“어허, 왜 이러시나 멋있는 것 좀 구경하는게 나쁜건 아니잖아?”
“나르시스트끼가 있었나? 클리브”
삐쭉 웃어 보이며 클리브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는 잭의 짙은 검붉은 색 눈동자에 완전히, 그가 자신과는 다른 개체가 됐다는 것을 확실하고 명백하게 깨달았다.
저게 잭이다.
살인자 잭 더 리퍼.
안타리우스의 실험품.
자신 안에 있던 잭.
“신선한데? 유명 기자 클리브 스테플의 나르시트. 어때? 많은 아가씨들의 가슴을 쿵쾅거리게 할 수 있는 제목 같지 않아?”
“잘도 말하는군.”
“이정도 철판은 있어야 기삿거릴 쓸 수 있다는거 기억해, 신참”
결국 나직하게 터지는 잭의 웃음소리와 톤 높은 클리브의 웃음 소리가 잘 어울렸고, 말은 하지 않았지만 당연하다는 듯이 둘은 함께 걸어 집으로 향했다, 투닥거림은 덤 이었지만 아주 가까운 혈육이라도 되는 것 마냥 편하게 행동했다.
함께했던 시간을 생각한다면 당연한 것이었지만 마주 보며 이야기 한 것은 처음이다, 서로간에 느낄 수 있었던 것들이 따로 떨어져 이제는 무엇을 생각하는지, 무엇을 느끼는지, 전혀 모르는, 보통의 사람이라면 당연하고 완벽하게 떨어진 타인과 친하게 지낼 수 있는건 클리브 특유의 넉살 때문인지 잭의 무심함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