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빛을 받아 그 청렴하고 깊은 푸른색을 뽐내지는 못했지만 그 빛이 물들이지 못하는 여전히 아름다운 파란색이 잔잔한 물결을 만들어내 부드러운 파도를 만들어내며 시로의 발목을 간지럽혔다, 희한하게도 이 바다는 건져낼 수 있는 조각이 있어 손의 한 줌, 한가득 떠내었고 바다는 인심 좋게 그것을 허락하며 상냥한 곡선을 그려내 시로를 바라보았다.
바다는 의외로 물거품의 소리도, 철썩이며 모래와 바위를 치는 소리도 아닌 재대로 된 사람의 소리를 냈다.
"왠지 졸려,"
"곧 있으면 식사시간이야, 랜서"
"무정한 소리를 하는 꼬맹이네,"
"무정까지야,"
한껏 몰아치는 파도에 둥근 조약돌들이 간지러워 잘그락잘그락 웃음소리를 내듯 작은 소리를 내는 그는 시로의 손을 잡고 털썩 자신의 이마 위로 올려 눈 위를 살짝 덮게 만들었다, 어떻게 봐도 늦은 낮잠을 자려는 모습이기에 손을 치우려고 했지만 부드럽게 밀려오는 바람을 타고 잔잔한 파도를 만들어내는 바닷물에 멈칫했고,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는 부드러움에 이윽고 패배한 시로는 담그고 있던 몸을 움직이지 않았다.
"아, 따뜻해."
"진짜로 자면 안돼, 랜서."
"뭘, 너무 눈부셔서 그런거니까 괜찮아, 괜찮아."
"눈부시다고? 지금은 저녁인데?"
시로의 손가락 사이로 삐죽이 들어낸 바다 위의 아침 해가 곧 자신의 바다로 돌아 올 저녁노을의 해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그래서 너무 눈부신거야, 꼬맹아"
아직은 하늘에 남아있지만 곧 저녁노을의 해는 언제나 그렇듯 바다 아래로 풍덩 빠져 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