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랸+환몽]땅거미의 사이
"아니, 그러니까, 아이작 형님, 아하하-"
"....이.....쓰레기가...."
어색하게 웃음과, 진정하라는 듯이 두 손을 들어올려 부질없이 손을 흔들며 이 무시무시한 상황을 어떻게든 타게해보려 했지만, 그의 기세가 기세인지라 천랸은 아이작을 피해 슬금슬금 뒷걸음질 칠 수 밖에 없었고, 변명이라도 해볼라치면 입이 열리는 순간 아이작이 곧장 자신의 입으로 주먹을 넣어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뚫린게 입인데 떠들지도 못하다니, 서글픔이 밀려들었지만 그런 감정이 통할 어르신이 아니었다, 물론 지금 혼나는게 자신의 잘못이 크기는 하지만 맞기 전에 변명은 해야 덜 억울하지 않겠나, 싶어 입을 열었다.
"형님! 아이고! 내가 잘못했다니까!! 아니 거기서 금강쇄로 기술쓰고 그대로 도망갈 줄 알았냐고, 나도 스피드 슈터긴한데 형님 올 때까지 맞고 있었을지도 미지수고, 무섭다구요!!"
"깨져라!!"
"으아아아악!!"
결국 뚫린 입이 잘못했다.
천랸은 그대로 들소처럼 달려오는 아이작을 피해 내달렸고, 그의 말대로 스피드 슈터라는 타입에 맞게 저 멀리로 사라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쫒아 갈까, 했지만 단거리라면 모를까 타입이 다른 그로서는 조금 뒤쳐지는 감이 없지 않아 있어 힘빼는 일은 그만 두었다, 지금 당장 급한건 놓인 토끼의 행방을 다시 쫒는 일이었고, 아에 굴을 옴기기 전에 적어도 단서나, 미끼정도는 던질만한 정보가 필요했다.
물론 천랸은 돌아오면 분리수거행이다.
-[노을]-
천랸은 골목골목을 내달리며 약간의 안도의 숨과 함께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고, 이제는 도망을 위한 내달음이 아닌 생각을 정리하기 위한 달리기를 시작했다, 생각이라고 해봤자 오늘 밤은 어디서 묶을까에 대한 것이지만 마땅히 갈 곳도 없고, 그렇다고 여자 분내를 맡으며 자기도 애매했기에 자신같이 정체불명의 사람을 따뜻하게 받아줄 만한 곳을 생각, 다시 생각했지만 없다.
아무리 기억이란게 없고, 새로 주입된 지식란에 찾아본다지만 그런 거주지 따위 있을리가 없었다, 더군다나 옷도 안타리우스 슈트고 잘못하다간 회사나 연합에 끌려가거가 순삭당할 지도 모르는 일이라 솔직히 반쯤 노숙이나 무단침입정도는 생각하고 있다, 무단침입정도가 조금 더 끌리기는 하지만 문제가 커질시 돌아 올 여파가 무서워서 실행을 못하겠다.
능력도 있고, 돈도 약간 있는데 왜 되는 일이 없는가?
속으로 울음을 삼킨 천랸은 달리던 속도를 천천히 줄여, 자신 앞을 가로 막은 나무상자며 통들을 가볍게 점프해 넘어선 후로는 발 닿는데로 걷기 시작했다.
그러다 철퍽하고 썩은 내 나는 물웅덩이 밟아 물이 튀었고, "에구구"하고 자신도 모르게 앓는 소리를 내뱉은 천랸은 하늘을 올려다 보니 노을지는 짙은 주홍빛이었다, 하지만 이미 밤의 모습을 들어낸 어두운 골목은 눅진한 냄새며 곳곳에서 울리는 남자와 여자의 소리, 작은 동물이 내지르는 소리등, 여기저기서 시끄럽고 부산스런 소리가 그의 생각에 반박자씩 끼어들어서 불협화음을 만들었다, 그것이 너무 거슬려서 천랸은 하나도 안도와주는 이 동네에 작게 욕지거리를 내뱉고 멈춰선 벽에 몸을 기대고 팔짱을 꼈다.
물 비린내며, 가까운 곳에 기계를 쓰는 공장이 있는지 기름냄새와 텁텁한 철 냄새, 벽돌특유의 인공적인 쓴내가 한데 섞여서 인상을 찌푸리게 만들 수는 있지만 코 끝을 맵게 하는 소독약 냄새며, 정체를 알 수 없는 약품들, 그리고 구역질이 나는 피냄새들 보다야 낫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그는 그래도 그나마 나으니까 노숙할까?라고 고심하고 있었다.
한없이 긍정적이고자 하는 그의 태도가 그 자신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아직 날씨는 따뜻하고, 딱 하루정도야 녹숙하고 돌아가서 그 진성 쪼잔이를 자신의 능력인 페로몬으로 약간 진정 시킨다면 아마 연약한 자신의 몸은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그 보호의 단계를 보자면 전치 2주정도?
어느정도 자신의 살길을 개척하자, 그의 배에선 꼬르륵-거리는 빈 소리가 들렸고, 저도 모르게 그게 서러워서 기대고 있던 애꿏은 벽을 손으로 퍽퍽치기 시작했다.
아무리 집(House)이 다 같은 집(Home)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쫒겨나다 싶이 아지트에서 나와 배에서 소리가 날 정도의 배고픔을 겪어야 한다니, 그에겐 그 모든것이 스트레스로 다가왔고, 그 스트레스는 이내 화로 바뀌여, 왕쪼잔이와, 그런 쪼잔이가 쫒는 토끼씨에게로 슬금슬금 치미기 시작했다.
허나 그러면 뭐하겠나, 그는 섬세한 개조인간이기에 이제 서러워 울고 싶은 마음을 잘 다독이고 자신의 주린 배를 채울만한 곳을 찾기 위해, 다시 몸을 움직였다, 그 때 그의 머리로 무언가 내려 앉은, 아니 딱-하고 울리며 머리만을 때리지 않았으면 배도 채우고, 약간의 유혈사태를 일으켜 스트레스도 풀었을 것이다.
"아우! 뭐야?"
맑게 울리는 머리통의 소리와 함께 머리카락 속에 잠입한 무언가를 손으로 주섬주섬 찾아 헤맸고 이내 찾아내 무언가하고 봤더니 알록달록한 포장지로 쌓인 알사탕이다.
설마 영국에선 사탕비라도 내리나? 인상을 찌푸리며 사탕이 떨어진 곳을 두리번 거리며 찾아 헤매니, 열린 창문과 함께 슬쩍 스쳐지나가듯 보이는 이 노을빛에도 보이는 확실히 보이는 짙은 분홍빛 머리카락을 놓이지 않고 본 그는 그게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능력을 100%사용해 이곳까지 도망 온 것처럼 가볍게 벽과 지붕을 타고 올라가 그 열린 창문의 창틀에 설 수 있었다
"읏샤! 간만이네!!"
올라 올 줄 몰랐다닌 듯이 뒤돌아선 몸을 돌린 짙은 분홍빛 머리카락의 소녀는 조금 놀란 듯 했으나 이내 입은 열지 않은체 노려보는 것만으로 '왜 왔냐?'라는 의사표현을 확실히 했고, 그 기세에 움찔한 천랸이었지만 자신의 머리로 떨어진 사탕을 요리조리 돌려보며 씨익- 웃어보였다, 뭔가 안다는 듯한 찜찜하기 그지 없는 웃음이어서 그녀의 어의 없음과, 숙녀의 방을 함부로 침입하려는 이에게 철퇴를 던졌다
알사탕을 세게 하나하나 던져주었다.
"잠깐!! 잠깐! 여기 창틀이야!"
딱! 딱! 정확히 그의 몸으로 내리 꽂아지는 알사탕은 크기도 크기이며 던지는 이의 힘이 실려 있고, 그 특유의 유리몸이 여기서도 크게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그래도 신체강화 능력자라고 잘 버티던것도 몇분, 워낙 좁은 창틀이었고 미간으로 정확하게 스트라이크!를 날린 그녀의 알사탕에 맞고 창틀에서 떨어졌다, 그리고 냉정하게 창문을 닫고 자물쇠를 걸었다.
떨어지기는 했지만, 날렵하게 벽을 차고 반대편으로 공중제비를 돌아 건너편 지붕으로 안전하게 착지한 천랸은 아무리 무단침입자라고는 하지만 무참하게(?)자신을 내쫒은 그녀의 창문을 보며 입가를 뻐끔뻐끔이더니 이내 묘한 투지를 앞세워 그녀의 창문가로 올라가 매달려 창을 두드렸다.
"똑똑! 환몽씨! 그대의 친구인 천랸님이 찾으시는데요!"
창에 매달린 체 두드리는 천랸의 형태는 가히 아침을 알리는 비둘기와 같은 귀찮은 존재로 인식한 그녀 환몽은, 그녀 특유의 아무 표정없는 얼굴로 커텐을 치고 그대로 몸을 돌렸다.
곧 창에서 "으아앙! 환몽아, 아니 환몽님!!, 한번만 봐줘!!"라는 천랸의 목소리가 들렸으나, 그녀는 환몽, 아마 천랸 그도 알고, 다른 사람도 알고, 심지어 사이퍼가 아닌 옆집 아줌마도 아는 무감각에 가까운 소녀가 천랸의 목소리를 가볍게 무시 할 수 있는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도 곧 "훌쩍훌쩍"이는 충분히 가짜 울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소리가 내심 신경쓰였는지, 문을 닫고 거실로 간건 그녀 나름대로 신경쓰고 있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
얼마나 지났을까? 환몽은 나름대로 집안을 정리하고 독서를 하는 것으로 시간을 보냈을 때, 새삼 기억난 천랸의 존재가 있어, 다시 방으로 들어와 커튼을 열었다.
아직도 앉아있는 비둘기, 아니 참에 붙어 있는 천랸의 모습에 이마를 짚은 환몽은 분명 반짝반짝 빛나고 있을 것 같은 천랸의 본적 없는 두 눈이 보이는 듯했고, 결국 숙녀의 방에 입성을 하는 것을 허락했다, 창문을 열었다.
"환몽아!!"
달려드는 천랸을 피하고 싶었으나 신체 능력상, 밀리는게 있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대로 안긴 환몽은 괜한걸 들인 것 아닌가 하고 그의 뒷통수를 바라보았다.
틔윗 관련된 분이면 알 수 있는 글이지요 허허허허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