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고 생각하며 그녀는 딱딱한 바닥에 어디선가 주워 온 나무막대로 되지도 않는 낙서를 했고, 그건 충분히 기묘해 보이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지나가는 이들은 아무도 그녀에게 신경쓰지 않았다, 공성전도 승리로 끝낸 상태의 소란스러움이 계속되는 중이었고, 그녀가 말을 건낸다고 해서 대답을 해줄지도 의문이었기 때문이었다.
"소녀! 혼자 그러지 말고 이거 먹을래?"
눈가를 가린 바이저를 낀 남자의 입가엔 왠지 모르게 즐거운 미소가 함께 걸려있으며, 그가 건내준건 보기힘든 판 초콜릿이었다, 크기도 제법되는 것을 어디서 가져왔을까? 척봐도 수상해 보이는 이 남자는, 하지만 그녀는 의심을 어디론가로 보내버리고 그가 내민 초콜릿을 받아들였다.
그녀와 눈을 마주치기 위해 쭈구려 앉아 한층 몸을 접은, 남자에게서 왠지 자신과 같은 냄새를 맡아서 였다, 그건 사람이라서 나는 냄새가 아니라 뚝뚝 떨어질 것 같은 악몽의 냄새였다, 진득하니 다리를 잡아채고, 언젠가 등 뒤에 까지 올라와 까꿍!하고 놀래킬 그런 톡쏘는 냄새 말이다.
-[눅진한 냄새]-
"안뇽~ 잘자!"
왜 이렇게 됐지?
환몽은 자신의 침대에 누워 이불을 덮었고, 곧 랜턴의 불을 끄고 바닥에 누워 모포를 덮고 커다란 개처럼 몸을 말아 덕살 좋게 여자의 방에 누워 잠들 모습을 하는 천랸의 행동에 천장을 한번 보고, 언뜻언뜻 보이는 천랸의 언저리의 몸을 보며 곰곰히 생각했다.
자신의 집으로 천랸을 들인건 단지 시끄럽게 굴어서 였는데, 어느새 집에 얼마없는 재료로 요리를 하기 시작했고, 간만의 사람다운 요리를 먹어서인지 퍙소보다 조금 많이 먹은감이 있어 앉아 있었는데 천랸이 뒷정리를 했다, 그리고 이리저리 노닥거리는 그를 보고 있다가 시간이 늦어서 자려고 했는데 어디 박혀있는지 몰랐던 모포를 갖고 왔다, 그렇게 뭐지?하고 지켜봤던게 문제 였을까 그녀는 이 상황까지 온 것에 대해 허공에 물음표를 파바박 띄웠다.
"환몽, 근데 그 사탕 누가 준거야? 맛있던데"
".......피치peach"
저녁을 먹고 내내 물고있던 사탕이 꽤나 맛있어서 어느 가게인가 했지만, 별로 그녀가 자신의 물음에 답변은 별로 기대하지 않았고, 소리를 내준 것이 놀랍기도 하고, 준 사람도 놀라워 "오...."하고 소리를 냈다가, 그 미묘한 여자가 생각나서 인상을 썻다, 그건 곤란한 질문을 받은 사람같은 미묘한 인상이었지만 환몽으로는 보이지도 않았고, 딱히 그녀가 신경쓰려고 하지도 않았다, 다만 몸을 바로 해 누우려는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그에게로 시선을 돌렸고, 천랸은 "끙,"거리고는 입을 열었다.
"나는 좀 거북해서....."
환몽은 몇번인가 그녀 주변에서 긴장하거나 안절부절 거리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천랸은 더이상 말은 잇지 않았지만 그녀때문에 몇번인가 곤혹스러운 일을 당한 적이 있었다, 그녀가 벌레 능력자라 그런것이기도 했다, 다른 벌레 능력자도 마찬가지이지만, 좀 더 집요한 성격을 띄는 그녀의 벌과 나비가 그를 몇번인가 괴롭게 한 기억이 있었다, 그녀는 아무래도 자신의 능력인 페로몬때문 같다고 빙그레 웃으며 답했을 뿐 그에 대한 배려나 사과는 없었다는게 문제지만, 그래서 그는 그녀가 조금 떨떠름 했다.
환몽이 대답이라도 해서 주고받는 대화 였다면 그가 신나게 떠들어서 분명 늦게 잠을 잤을 테지만 아무말없이 생각만 하고 낮에 많은 일이 있어서 그런지 천랸은 조금씩 깜박이기 시작하는 눈도, 크게 터져나오는 하품도 막지 않았고, 자신이 묵었던 아지트와는 전혀 다른 천장의 모습을 보고, 고개를 돌려 환몽을 보려했다, 하지만 보이는 거라곤 침대 밑의 먼지뿐이라 내일 일어나면 여기 청소라도 할까하며 눈을 감았다.
모든 것을 잊을 것 같은 어둠이 머릿속까지 들어왔다.
눈을 껌벅껌벅 거린다, 자기가 본 것이 맞는건지 몰라서 껌벅껌벅 거리다가 그게 정말 자신의 눈에 비치는 것이 맞다라는 것을 인식한 순간 울렁이는 속을 어떻게 진정하려고 입을 손으로 틀어막고, 자신의 눈과 마주치는 파스텔의 녹색의 두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아무런 감정이 비추지 않은 녹색 눈동자나, 표정은 평소 그가 보던 것이 맞지만, 머리는 받칠 대가 없어 목에서 떨어져 곧장이라도 바닥으로 떨어질 것 처럼 축 쳐져있고, 팔 하나 움직일 수 없게 팔들과, 다리들, 몸통들이 가죽 구속구에 묶여 이곳저곳이 쓸려 붉게 피부가 들뜨며 쓰려 피가 나고 코끝을 맵게하는 소독약 냄새와, 알수 없는 약품들, 구역질이 나는 피냄새가 그의 머리속을 쾅쾅 때려댔다.
썩은내를 낼 것 같은 속에서부터 개어내려던 것을 억지로 삼키며 입을 열어 뭔가의 소리를 내려했다, 하지만 그가 소리를 내기도 전에 환몽의 입이 뻐끔뻐끔 물방울 터지는 소리를 내더니, 울컥- 하고 피를 뱉었다.
여전히 아무런 감정을 비추지 않는 파스텔 녹색 눈동자가 그를 바라보았다, 입에 흘러내린 피가 그녀의 얼굴을 덮어가것만 그녀는 그에게서 눈을 떼지도 감지도 않고 부들부들 온 몸을 떨어대며 침대를 덜컹덜컹 부딪치는 둔탁한 소리를 만들어 냈다, 천랸은 공포에 젖어가면서도 그게 무슨 현상인지 알았다, 현재 자신의 이름대신 불렸던 것이 코드번호였고 그 앞 번호에 있던, 사람이었던 것이 폐기될 때 쯤 생기던 모습이었으니까.
그래서 그는 그들의 그 괴로움을 없애기 위해 했던 것 처럼 천천히 발을 끌어 축 쳐진 환몽의 얼굴을 잡아 올렸고, 가는 목을 보고 이내 모든 것에서 도망치 듯 눈껍플 덮는 것으로 가렸다.
그리고 일말의 망설임 없이 손에 힘을 주어 그대로 목을 꺾었다.
으드득----!!
목뼈가 나가는 언젠가는 익숙했던 소리와 함께 침대가 부딪치는 소리도 끝났다, 천천히 눈 뜬 천랸은 자신이 꺽은 목과 그 꺾었던 자신의 손을 번갈아 보더니 이내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 앉았다, 그러고 나서야 터져 나오는 멈췄던 숨을 컥컥- 거리며 뱉어내고 다리를 있는 힘껏 끌어모아 춥지도 안것만, 부들거리는 자신의 몸을 최대한 말고, 무릎에 자신의 얼굴을 묻으며 자신을 설득했다.
어쩔 수 없었다고, 그대로 숨이 끊어질 때까지 고통에 떠는 것을 지켜보는 사람도, 당하는 사람도 괴로운 것이고, 또 그 괴로움 끝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는다고 해도, 이 미친집단이 그냥 놔둘리가 없어 반복될 고통을 알기에 그는 이렇게 죽는 편이 좋다고 계속해서 되내이고 되내었다.
그 때 철퍽-! 하고 무언가 액체 덩어리 같은게 떨어지는 소리에 움찔하고 몸을 떨며 그 반동으로 고개를 들었다.
피와 환몽의 꺽인 목과 함께 떨어진 피의 범벅이 된 얼굴, 그리고 어떤 힘에 의해선지 살짝 구르고 바로 마주친 그 감지 못한 녹색 눈동자, 파스텔 빛이 아닌 독을 머금은 것 같은 밝은색으로 빛나는 눈동자는 동그랗게 뜬 체 그를 바라보았다.
온몸의 소름이 돋으며 머리는 아까보다 더 큰 힘으로 무언가가 쾅쾅!! 때리는 것처럼 아파왔고, 모든 것을 일그러지게 보이게 했을 때 그녀가 울컥울컥 입안에 고였던 피를 뱉어내며 평소와 같은 정확한 발음으로 입을 열었다.
"위.선.자."
"아니야------!!!!"
한순간 기침이 터쳐나올정도로 쩌렁쩌렁 울리는 비명을 내지른 체 눈을 뜬 천랸은 벗지 않았던 바이스를 바닥에 내던지 듯 벗었고 바이스는 바닥을 타다닥-! 부서지는 소리를 내며 굴러 저만치의 구석에 박혔다, 그리고 처음 안구를 쑤셔 박아 넣었던 때 처럼 간지러움을 참을 수 없어 눈가를 벅벅 긁어 대기 시작했다, 참을 수 없는 간지러움에 피부 속을 들어내고 손톱 끝에 피를 묻힐 때 쯤 천랸의 두 손을 잡는 손이 있었다.
한참이나 작은 손이었고, 힘도 한참이나 부족했지만 여기저기 긁어대서 그런지, 아니면 기계눈과의 동기화가 엉망인지, 잘 보이지 않고 흐릿 했지만 그런 눈에도 확 들어오는 분홍색 머리카락이 코 앞을 왔다갔다 하는것에 이상하게도 숨이 터져 나오며 힘이 풀렸다, 그리고 간지러움이 점점 가시는 것 또한 느껴졌고, 팽팽하게 긴장했던 몸이 스르륵 풀려 그대로 그 작은 어깨에 얼굴을 기댔다.
그리고 답지 않게 분홍색 쪽에서 입을 열었다.
"........미안"
죽을 듯 낮게 끄륵- 거리는 소리가 입을 비집고 세어나왔고, 다시 눈을 감는 천랸을 보며 말했다.
"미안해"
"......내가 아는 환몽님은 먼저 말 할 만한 사람이 아닌데,"
키득키득 웃음을 터트리며 다시 주절거리는 천랸은 어딘가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굴었지만 고른 숨이 터져 나오는 것을 보았던 환몽이었기 때문에 천랸이 깨달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능력을 잘 알고 있고, 자신이 먼저 사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농담조의 말을 하고 난 뒤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환몽도 그가 말을 꺼내지 않는 이상 무엇에 대해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환몽은 다시 입을 열어 변명의 소리를 냈다.
"좋은 꿈을 보여주고 싶었어."
그녀는 자신의 어깨에 얼굴을 기대고 있어서 코끝에서 하늘거리는 천랸의 머리카락에 자신 역시 얼굴을 묻고, 그 때와 같지만 조금 더 짙은 악몽의 냄새를 맡았다, 눅진하면서도 시큼한 냄새 말이다, 아마도 그런 냄새가 나는건 기억이 추억으로 소화하지 못하고 다시 뱉어내서 일거라고 환몽은 종종 생각했다.
그리고 악몽도 꿈이었기에 깨어난 순간부터 밤의 사이사이로 사라지기 시작했고, 대신에 의례 그랬듯이 공포와 슬픔의 무게가 어깨를 짙눌렀다, 그래서 환몽은 그녀답지 않지만 원인을 제공했기에 그가 원할 때까지 기대게 해주었고, 때때로 소리내어 미안해, 라고 사과했다.
역시 아는 사람만 아는 이야기 입니다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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