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물이 뚝뚝 떨어지는 자신의 얼굴의 물기를 닦아내기 전에 문득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았다, 흠집조차 멋있는 자신의 얼굴은 언제나 봐도 홀든으로 치자면 참 애매하다 싶긴 했다, 그런데 이런걸 계기로 그걸 확실히 깨닫자 좀 불쾌하기도 하고, 찝찝하기도 한 기분은 어떻게 처리할 수 있는게 아니었다.
그래도 씨익 웃으며 턱에 고여 있는 물기를 털어내고, 그는 세면대에서 벗어났다.
더럽게 유쾌한 기분이 그를 웃게하는 아이러니를 만들었다.
-[겉껍데기]-
"여어-!, 이른 시간인데 마시고 있네,"
벌컥- 열어 재낀 연합의 문이 무색하게, 이글이 내뱉는 평이하기 그지없는 말투에 벌써 해가 졌다, 이놈아! 라고 말하려는 입을 다 닫아버리고 충격과 공포다 그지깽깽이들아! 라고 외치는 목소리가 그들의 머릿속을 댕댕- 울렸다.
"야! 너, 머리카락!!"
"고마, 이제야 남자답네!"
레베카의 경악어린 큰소리와 낄낄 웃어재끼는 도일, 휴톤의 목소리가 어울려서 이글을 덮쳤으나, 이글은 씨익- 웃어보일 뿐 자세한 설명을 할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휴톤과 도일은 낄낄 거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왠지 허전해 보이는, 어제까지만 해도 개꼬랑지마냥 이글의 뒤를 쫒던 긴 머리카락이 여전히 보이는 환상에 시달렸지만, 이글은 그런것들을 알리 없으니 소파에 털썩 앉았다, 그러자 저 멀리서 우유를 마시고 있던 엘리가 쪼르륵 달려와 옆에 폴짝 뛰어 앉고는 옷을 잡아 당기며 물었다.
"아찌아찌! 머리가 없어! 그거 떼었다, 붙였다 하는고야?"
"요, 꼬맹이가 무슨 소리하는거야, 당연히 잘랐으니까 없지"
"머리를 잘라?"
"........네가 그런 말 하면 일부러 그러는 것 같다"
"왜 잘라써? 응? 왜 잘라써??!"
어느 순간 스쳐지나가는 오한을 이제는 썰렁한 뒷목을 매만져 뜨끈히 데우고는, 소파 위를 방방 뛰며 묻는 엘리를 "어휴-"하는 소리 큰 한숨으로 도망가려는 듯 팔을 휘휘 내저어 몸을 일으켜 반쯤 피신 상태로 벌써 마시자판인 그들에게 다가가 물었다.
"근데 토마스는?"
"알바하고 있을텐데, 왜?"
"으흠, 그래?"
앉은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몸을 털고 일어난 이글을 매섭고 의심많은 눈으로 보자, 의중모를 웃음을 지으며 연합 밖으로 나갈 시늉을 했다, 그러나 레베카는 경찰직을 하기도 했고, 그 성미 어디 가는게 아니었기에 아까의 엘리처럼 보채기 시작했다.
"야!, 왜 그러냐니까? 말 좀 해봐!"
"아니 언제부터 나 한테 관심있었다고?, 혹시 머리카락 자르니까 내가 더 멋있어 보여서 반했어?"
레베카의 눈이 더러워지며, 얘가 뭐래?라는 소리를 굳이 입으로 하지 않아도 뻔히 보이는 텔레파시를 보냈고, 이글은 알아도 모른척, 혹은 모르니까 모른척을 하며 고개를 끄덕이며 "킬킬-"웃어 보였다.
말을 말자라는 식으로 나가 떨어진건 아무래도 벌써 술을 마시고 있던 레베카였고, 가뿐한 마음으로 승리를 챙긴 이글은 자신이 찾던 이를 다시 찾아가려 했다, 하지만 이글이 생각했던 이른 시간이 남들에겐 다른 시간으로 적용됐는지 문이 열리고 고단한 하루를 접고 온 연합의 막내가 막 인사를 하려던 참에 이글을 보았다.
"다녀, 왔....습니다....."
"여, 왔어? 찾아갈 수고를 덜었네"
가볍게 이글이 웃으며 인사를 던진 것 치고는 토마스의 눈이 얼어 붙어서, 그를 바라보는 얼굴이 심상치 않았다, 이글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콧망울을 긁적이며, 웃고는 있지만 위화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한쪽은 잔뜩 굳은체 들어오지도, 나가지도 못하고 있고, 한쪽은 그저 웃으며 보기만 하고 있고, 뭔가 둘만으로는 상황이 끝나지 않을 것 같아서, 휴톤이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워~워!!, 뭐야? 둘이 싸웠어?"
"네? 아뇨, 조금 놀라서,......"
"아아, 그렇구마, 머리가 저렇게 싹퉁 잘라왔으니, 놀랄만도 한기라!"
다시 둘이서 흐킬킬 웃어보이자 주변 분위기가 그나마 부드러워 진 것 같았고, 잠시 멈춰 있던 먹고 마시기가 시작했다, 어른들의 먹고 마시기가 시작돼자 아까부터 옆에서 기웃기웃 거리고 있던 엘리가 자기 역시 먹겠다라는 의사를 보여, 술판이 때 아닌 폭죽빛으로 물들었으나, 그 왁자지껄한 사이에도 차갑게 가라앉아 이글을 바라보는 토마스의 눈빛에 입가를 손으로 가리고 웃는 것을 멈춘 이글이 그를 내려다 보았다.
그리고 다시 눈웃음이 쳐지는 눈가에 입술을 깨문 토마스가 성큼히 밖으로 나갔고, 그 때서야 입가를 가렸던 손을 치워 자신의 짧게 잘린 머리카락을 쓸어올렸다.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토마스, 야, 토마스!"
".......뭐 하는 짓이에요?"
빠른 걸음으로 사라지려는 토마스를 불러 제끼며 그를 세우려 했고, 어서 빨리 그와 헤어져야 된단 생각을 하던 토마스 였으나, 뭐든지 일에 있어서 깔끔함을 지향했기에 빨리 매듭짓자라는 생각으로 이내 멈춰서서 이글을 돌아보며 물었다, 그 물음에 빠드득- 얼음이 어는 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이글은 주체도 없는 물음이 무엇을 뜻하는지 잘 알고 있었고, 여전히 웃고 있는 비이상적인 입가를 지우지 않은체 마주보며 되물었다.
"아, 이거?"
"이글형"
"왜, 알고 있잖아?"
"형"
꽤나, 그의 신경을 건드렸는지 결국 그 참을성 많은, 지하연합의 영웅의 얼음과는 다른 의미의 얼음인 토마스의 어조가 나직해지자 이마를 짚으며 "하하하하-"하고 웃음을 터트려 결국 확인 사살을 해주었다.
"많이 닮았어? 다이무스형이랑?"
"이글형!!"
꽉 말아 쥔 손이며, 무섭게 노려보는 눈빛이 어디 무서워서 말이라도 재대로 하겠나, 싶었지만 이글은 표정이 그것 밖에 없는 것 처럼 지워지지 않은 가는 얼굴로, 그에게 다가가 그 눈동자에 자신의 눈동자를 마주쳤다.
시린 청녹색
더이상 다정해지지 않을 수도 있는, 찬 빛 눈동자가 왠지 모든것을 부정당한 기분이었지만, 수많은 시도도 해보지 않고 발을 빼는 건 이글과는 맞지 않는 방법이었고, 이렇게 자존심도 깍아서 앞에 섰는데도 역시라고 할까, 아니면 무심하다고 할까, 토마스는 여전히 그에게서 다른것을 봤다.
"보기 싫으면 보지마,"
"형이 이렇게 보이게 하잖아요!"
"내가 보이면, 날 보면 되잖아"
"....."
"형의 모습이 아니라,"
토마스가 성급하게 숨을 마시자 이글의 그 비이상적인 미소가 드디어 균열을 일으키며 갈라져 다른 미소가 됐고, 그는 말을 멈추고 무언가 울렁이는 모습으로 이글을 물끄럼리 바라보았다.
낱낱이 헤쳐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건 그것 나름대로 그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니까, 하지만 그 흔들리는 눈빛에서, 도망치 듯 뒷걸음질 하려는 듯 보이는 불편한 발에서 이글은 밖으로 나오고 싶어하는 숨을 다시금 들이 마셨다, 들이마신 숨이 자신이 진짜 뱉어버리고 싶은 말을 다 찌그러뜨려 부서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이 통했는지 어렵사리 꺼낸 단어, 하나하나 모두 평이한 어조였다.
"가, 토마스, 잡아서 미안"
무너지듯 눈을 감은 토마스의 표정을 세세하게 눈에 담아보려 했지만 곧 뒤 돌아가버려 모든 것이 다 없어졌다.
이글은 그래서 웃었다, 시원하게 웃어재끼며 자신을 욕하고, 이런 등신같은 짓거리까지 했는데 별 반응도 보이지 않은 토마스를 욕하고, 큰형을 욕하고, 결국에는 아아- 꽉 채운 허전함에 눈물 한방울만을 흘렸다.
딱 한방울 뿐이다, 아무리 꽉 채웠다지만, 그건 역시 허전함이라 무언갈 펑펑 쏟아낼 만큼의 무거운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이글 홀든은 토마스 스티븐슨을 좋아했다
당연한 수순으로 계란으로 바위치기를 하듯 고백도 했다, 상황이야 벌써 마음 떠난 님이었지만, 그래도 뭐든 해보고 싶어서 한 지랄이, 이 처량맞은 모습이었다, 그만큼 이글 홀든은 토마스 스티븐슨을 좋아했다, 다른 사람 겉껍데기를 쓰더라도
참 좋아했다.
"이글아찌, 이글아찌!"
오도도도- 소리가 나도록 복도를 뛰어온 엘리는 한참 전에 자야 할 시간임에도 깨어있어, 근처에 나이오비라도 있나 싶어 이글은 복도 이곳저곳을 기웃거렸지만 아마도 없어, 이 시간에 왜 혼자 있는건지, 미간을 지푸리며 내려다 보았다.
"너 안자고 뭐해?"
"엘리 이제 잘꼬다, 뭐"
"아, 그러십니까?"
"우쒸!"
헤헹- 웃어보인 이글은 목뒤를 살짝 덮은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말없는 비꼬움을 몸소 보였주며, 엘리의 화를 돋았으나, 엘리도 지금 자신이 자야 할 시간에 깨어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 폭죽을 선물하지 못하고, 나이오비가 깨지 않도록 조용조용히 말하기는 했다, 나이오비에게 혼나는 것 만큼은 엘리의 1순위로 싫은 일이었다.
"그래서, 왜 나 불렀어?"
슬쩍 나오는 하품을 일부러 크게 하며, 나른하게 물었고, 엘리는 그 때서야 생각난거지 손볍을 가볍게 치고, 제 딴에는 진진한 어투로 물었다.
"머리 왜 잘라써?"
"야, 또 그거냐?"
"응? 왜 잘라써? 웅, 엘리에게만 말해봐!"
이래서 애들은,
이글은 끈질기다 못해, 보채기까지 하는 엘리를 보며, 애들의 전혀 다른 타입을 보여주는 성질 더러운 꼬맹이의 날카로운 지적질을 다시금 생각나게 만들었고, 그건 이글을 지치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꼬맹이라는 것들은 전부 다 날카롭고 끈질기고, 잘 속지도 않는건지, 이글은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뱉었다.
"엉? 이글 아찌이이이이이-"
팔에 매달려 징징거리는 엘리를 보며 얼굴을 손으로 덮어 참담함을 털어낸 이글은 엘리를 떨어뜨리고 결국 답해줬다.
"태웠다, 됐냐?"
"우웅-? 나비온니가?"
나이오비 때문에 몇번 태워먹은 적이 있는걸 기억하는지 엘리가 다시 물었고, 차라리 그것였다면 마음이라도 편했을 텐데, 그것도 아니었기에 이글은 씨익 웃는 것으로 모든 것을 정리해 버리고 엘리의 정수리를 톡톡 두드렸다.
"자라, 꼬맹아"
팔에 매달린 엘리를 털어낸 이글이 제 방으로 성큼 돌아서자, 엘리는 자신의 물음에 재대로 답도 안한 이글의 뒷모습에 볼을 부풀렸지만, 이내 몰려오는 잠기운을 이기지 못해 나이오비의 방으로 쪼르륵 달려갔다.
원래 더 어두운 내용이었습니다, 싸패 이글
다이무스는 원래 죽었고, 다이무스의 그림자를 이용하려던 이글이었지만 급 찌질이가 보고 싶어서 노선 변경,
파란피의 괴물을 쓰던 와중이어서 여기서 더 어두어지면 제가 피폐해 질것 같더라고요,
엘리등장이 많은 건 엘리랑 이글 콤비를 좋아해서입니다
피터가 더 어울릴것 같았으나 그럼 이글 죽습니다, 더불어 다이무스도 ㅋㅋㅋㅋ
다음은 파란피의 괴물이나, 새드물, 혹은 개그가 될 것 같습니다 아마 새드가 빨리 나올것 같지만 개그의 신이 내려오시면 그것보다 먼저 오겠죠 아마.....ㅋ ㅋㅋㅋㅋ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