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깼는지 모르겠지만 키어런은 반짝 눈 뜬 얼굴로 불이라고는 만개한 보름빛을 의지하며 키어런은 잠을 자는 시어먼을 내려다 보며 자신의 드로잉북 위를 서걱서걱 소리를 내며 그 위를 펜으로 하여금 걷거나 달리거나 혹은 점프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눈 위의 들판 같았던 위로 길이 생기고 모양이 되었을 때 그가 생각하던데로 사이먼의 얼굴이 되었지만 우습게도 키어런은 그것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분명 자신의 생각대로 그려진 얼굴이지만 효과라던가, 감정이라던가 모든게 부족해 보였다, 그게 눈을 감고 있어서라고 반론하고 싶었지만 옅은 한숨과 같은 숨을 뱉어내고는 그게 아니라고 할 수 있어서 그는 차지 않는 마음을 갈무리 하고는 비어있는 한 쪽 구석으로 다시 슥슥 하얀 종이 위를 헤쳐나갔다, 출구 없는 들판을 헤집어 다니고 있는 것 처럼 그의 마음에 드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날카로워 지기도 하고 한없이 부드러워 지기도 하는 그를 그려내는 그림은 훌륭했지만 정작 키어런은 불편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그의 얼굴은 분명 잘 알고 있는 것이지만 이상하게 그려낸 그의 모습은 낯설기 그지 없는 것들 뿐이었다,
키어런은 잘 밤에 쓸데없이 복잡해지는 자신의 머리속을 머리카락을 북북 긁어내리며 털어내리는 것으로 끝냈고, 옆의 탁자 위에 드로잉북을 올려 놓는 것으로 차오르는 의문점들을 모두 내려놓았다, 언젠가 입 밖으로 낼 수도 있는 의문점들 일지도 모르지만 키어런은 그만큼 많은 시간이 흐르고나서야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다.
사이먼은 자신을 속이지 않고, 많은 것을 보여주고 행동하지만, 결코 많은 것을 이야기하지 않고 많은 것을 알려주지 않는다는 걸 안다, 그건 자신이 아무것도 묻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사이먼 역시 자신에 대해 그리 많은 이야기를 하길 원하지 않아서 일지도 모른다.
그의 추종자들, 오, 그들은 별로 좋지 않지만 그들에게 이야기를 할 때의 사이먼은 역시 진실된 쪽이었다, 아니면 정말 완벽한 사기꾼일지도 모르고, 하지만 그 모든것을 키어런은 사실이라고 생각했다, 키어런이 보고 있는 사이먼은 어딘가 평범하지 않은체 일그러지고 사람답지 않다고 느꼈으니까, 그래서 아무리 해도 드를 종이에 옴겨담지 못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의 곁에 누워
깜박이며 사이먼의 얼굴을 바라봤다.
편안한 숨을 내쉬고는 있는 모습은 드물게 긴장하지 않은 모습이었고, 키어런은 그 모습이 좋았다, 아무것도 깊게 생각하지 않고, 아무런 책임감을 느끼지 않고, 아무것도 숨기지 않는 사이먼의 그 모습이 좋았다, 감정을 입흰 사이먼은 마치 숨쉬기가 어려운 시한부의 환자 같았다.
키어런에게 혹은 지금은 없는 에이미에게 보여줬을 이 모든 것을 내려놓은 얼굴이 그에게 안심을 가져다주는 느낌에 그도 눈을 감아 모든것을 떨쳤다, 모든것을 벗어 놓을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