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브가 딱히 잭을 걱정하는 것은 아니다, 잭은 우선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고 과거는 조금 찜찜하고 칙칙하고 말하기 어려운 껄끄러운 부분들이 많이 있지만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들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에 와서 이런 생각들을 나열하는 이유는 그를 내보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잭이란 존재는 과거를 생각하면 뭔가 선입견같은 것들이 부서지는 것들을 느끼기 때문이다, 특히나 잭이 자신을 말똥말똥 쳐다보며 아침을 알릴 때면 더욱이.
"아침이야, 클리브"
".......우리, 너무 가까운거 아니야?"
잭은 클리브의 턱을 잡고 낮은 목소리로 이름을 부르며 그의 말처럼 얼굴이 밀착된 상태에서 말똥말똥 쳐다보고 있었다.
-[아침식사]-
언제부터인지 재대로 말은 하고 싶지 않지만 계기는 아마도 클리브가 마감에 쫒겨 뱃속을 커피와 마른 빵으로 대체할 때 쯤이라고 생각한다, 클리브 자신도 사실 사람이 살 수 있는 단계는 넘어가지 않았을까, 더욱이 어쩌다보니 동거의 형태가 되어 같이 살았을 때는 여러가지 포기해 버리지 않을까 싶기고 했다, 그도 자신의 생활이 끔찍한 상태라는 것 쯤은 알고 있다.
다만 그런 생활에서도 잭은 나가지 않았다, 사실 몸을 얻으면 바로 자신에게서 멀어질거라고 생각한것도 클리브였고, 아마 다시 잭더리퍼로서 생활을 하게 된다면 그때는 책임을 질 생각이었다, 그 책임을 지는 순간까지 희생되는 사람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자신도 목숨을 받쳐서 최선을 다할 생각이었다, 그런 위험한 노름에 판 돈을 걸었지만 의외로 아직도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조금 더 자신에게 솔직해 진다면 중박정도는 쳤다.
"오, 오늘은 버섯도 있네,"
개인적으로 버섯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아침에 깨우면 아주 부지런하게 아침식사 준비를 해 놓은 잭의 모습은 열손가락을 넘어가지만 여전히 적응이 안되는 일 중 하나이다, 왜 그러냐고 다들 묻겠지만 앞서 말했다싶이 잭은 그 유명한 살인마다, 그 살인마가 에이프런을 입고-사실 안입지만, 주방에서 계란 후라이와 소세지를 굽고, 빵 역시 적당히 따뜻하게 준비해 놓는 모습을 보면 이해하지 않을까 그런 의견을 종종 다른 사람들에게 구하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그런 의문을 던질만한 사람이 손에 꼽을 따름이고 이런 문제로 찾아가자니 아마도 질색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다 먹어라."
"일부러 그랬지,"
잭은 대답없이 자신의 몫으로 따로 덜어 둔 접시 앞의 의자에 앉았고, 역시 일부러 그런것이라고 생각했다, 예전에는 한 몸을 썻고 의외로 자신에 관한 것이라면 잘 알고 있으니 버섯을 싫어한다는 것쯤 눈치챘을 텐데, 건강을 위해서라는 얍삽한 이유를 들이밀어 자신에게 건낸 것이라고 클리브는 생각했다.
조금 울컥했지만 깨짝깨짝 버섯을 잘라서 소세지와 먹었다, 버섯은 물컹물컹하고 특유의 즙이 나왔지만 소세지가 겉면은 바싹하고 안쪽에는 훈제의 맛이 가득해서 둘의 씹는 맛과 뒷맛이 잘 어울렸고, 계란은 반숙이 되어 나이프를 갖다대자 부드럽게 찢어지고 노른자가 세어나와 밋밋한 맛의 흰자의 담백한 맛을 끌어올렸다, 빵은 옅은 갈색빛이 돌 정도로 알맞게 토스트화 되어 딸기잼을 올려 먹으니 버터의 고소함과 새콤달달한 맛이 입 안 가득 퍼졌다.
혼자 생활할 때는 귀찮아서 못해 먹던 풍부한 맛이 끔찍한 아침을 그나마 살만하게는 해주는 것 같다.
"빵 더 있다."
"움? 아니야 아니야 어기서 더 먹었다가는 체할거야, 대신에 커피 한잔만 더 부탁해"
"그래"
몸을 일으키는 잭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식탁 옆에 열려 있는 창가로 햇빛이 들어오는 것을 느끼고 창 밖을 바라보았다, 집을 얻었을 당시에 식탁이라고 창가에 붙여 놓긴 했지만 재대로 써본 적은 없다는게 흠이다, 그걸 이런식으로 다시 재대로 사용할 줄은 몰랐지만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클리브,"
"응?"
주전자 째로 가져 온 잭은 바닥을 보이는 클리브의 잔에 다시 가득 부어 주었고, 잭 역시 반쯤 마신 자신에 컵에 조금 더 따랐다,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고 커피 특유의 약간 씁쓸하고 고소한 향이 그릇에 남아있는 버터 향과 함께 타고 올라와 뭔지는 모르겠지만 만족한 기분을 느끼게 했다.
"맛있었어, 잭, 고마워,"
감사의 인사는 당연한 것이다, 이 정도로 기분 좋게 배불러 본 적도 오랜만이고 집에서 한 아침식사라는 것 자체도 오랜만이다, 아니 처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잭은 잠시 접시를 바라보다가 비집고 나오는 웃음을 못참은 것 같은 찌그러진 웃음을 짓고 있었다.
"아니야,"
클리브는 그 모습이 웃겨서 그만 크게 웃어버렸고 잭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은 모습으로 자신의 식사를 마저 시작했다, 클리브는 잠시 커피와 비어있는 접시를 번갈아 보다가 새삼 아직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