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은 메스로 사람의 심장을 한번에 박은 적이 있다, 그 작은 칼이 어떻게 심장까지 도달할 수 있냐고 물어본들 잭으로서는 한번 당해보면 알지 않나라고 대꾸할 뿐 그것에 대해 설명할 이유를 느끼지는 않았다.
다만 그 작은칼이 살을 꿰뚫고, 혈관을 자르고, 드디어 그 핏덩이에 다달았을 때 그 마지막의 움직임을 아주 절실하게 느낄 수 있다, 살아있는 기분, 소리로 전달되지 않는 비명, 절박하게 달라 붙는 의지, 그런것들이 잭의 손끝을 찌르르 울리며 멈췄을 때 그 형용할 수 없이 차오르는 기분은 잭을 고양시켰다.
아버지와 같은 인간을 죽였다는 것은 어떤 의미로는 금기와 같은 냄새를 풍겼다, 절대로 도달할 수 없을 것 같았던 곳에 다달은 듯한 기분, 그것에 손 댔을 때 자신의 손 자국이 남았다라는 그런 도달감이 잭을 뒤흔들었다.
그런데도 그 도달감은 박탈감으로, 박탈감은 공포와 분노가 뒤섞여서 통제할 수가 없었다, 그것은 기쁨도, 만족감도 아닌 만지면 부서질것들이 껍데기를 만들어서 뒤덮었다, 잭은 그것들이 두려웠고, 고양이 앞의 쥐처럼 마구잡이로 날뛰는 일 밖에 할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을 두려워하는 듯 했고, 자신의 독기를 뱉어내 그 독기 안에서 발버둥치다가 그 발버둥으로 죽어가는 듯 했다.
그 때 클리브 스테플이라는 사람의 몸에 기어들어갔다.
전후 사정을 기억하지 못하는 그 어지러운 상황에서 그는 클리브의 몸을 노리고 있었다, 언제든 몸을 빼앗아서 아버지에게 가리라,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언제든 튀어나갈 준비를 했다, 잭은 분명 아버지가 이렇게 다시 돌아온 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겨주리라, 자신을 사랑해주리라 그렇게 생각했고, 그렇게 믿었다.
믿음이란 것이 자신이 믿음만큼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설마 아버지가 그런 줄 몰랐고 그 무지가 슬픔으로 다가올 줄도 몰랐다, 기억하는 모든 아픔들이 모두 자신에게 한꺼번에 다가와 존재하지도 않는 몸을 갈갈이 찢어버리는 듯한 고통이 자신을 꾸역꾸역 잡아 먹고 있었다, 소리치고 싶은데도 소리가 나오지 않고, 주변 모든 것들을 상처입히고 죽여버리고 싶어도 그럴 힘이 없었다.
타들어가는 정신 하나만을 가진체 그는 나뒹굴고 있었지만 어느 순간 그는 듣고 싶지 않은 것을 들었다.
심장소리.
박동소리
근육이 움직이고, 피가 흐르는 소리.
그것은 자신의 것이 아님에도, 그 속에 머물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들을 수 밖에 없는 소리였고, 잭은 그 소리를 들으며 고통의 끝과 같은 기분으로 울었다, 마지막 구명줄과도 같이 살아있는 사람의 소리가 자신도 살아있는 기분을 들게 만들었다, 그때서야 잭은 처음으로 그 남자의 이름을 뱉었다.
클리브, 클리브 스테플, 클리브, 클리브.
그 남자는 자신을 모르겠지만, 잭 자신은 그 남자의 안에서 그 남자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며 자신 역시 살아있다는 동일감을 맛보고 있었다. 아직 살아있다, 아직 죽지 않았다, 아직 움직일 수 있다, 그 안도감들이 자신을 웃게 만들었다, 고통은 아직도 계속 되는데도 슬픔도, 증오도 아닌 것들이 새롭게 기어나와서 웃게 만들었다.